정기룡은 1562년 조선 명종 17년 4월 24일 태어났다. 지금의 경상남도 하동군 금남면 중평리 , 당시는 곤양군이었다. 멀리 북쪽으로는 지리산, 서쪽엔 섬진강, 남쪽으론 남해와 인접한 곳이다.

고을 가까이 해발 875.1m의 금오산이 우뚝 솟아 있다.

그의 본래 이름은 무수(茂壽)다. 그는 삼 형제 중 막내였다. 그의 집안은 몰락한 양반가였다. 오래전부터 가세가 기울어 삼간초가에 살고 있는 형편이었다. 아버지 정호(鄭浩)는 몸이 쇠약했다.

첫째 형은 태어난지 얼마 되지 않아 세상을 떠났다. 둘째 형 인수도 허약한 기질을 타고 났지만 글 읽기를 좋아해 늘 책을 가까이 했다.

반면 무수는 어릴 적부터 체구와 기골 장대했다. 또래 아이들과는 한눈에 알아볼 만큼 차이가 났다.

그가 태어날 때 울음소리가 유난히 컸다. 하늘에는 흰빛 상서러운 기운이 뻗쳐 사람들은 이 아이가 금오산의 정기를 받아 태어난 아이라고 여겼다.

어떤 이는 이 아이가 나라를 구할 인재라고도 했다.

무수는 어릴 때 신체가 강건하고 재량과 도량이 유달리 뛰어났다.

기상이 늠름했다. 그는 여덟 살 때 처음으로 활 쏘는 법을 배웠다. 그는 뽕나무로 만든 활과 쑥대 화살로 활쏘기를 좋아했다.

아이들과 칼싸움에도 열심이었다.

아버지는 그가 책 읽기를 바랐으나 책보다는 활쏘기와 칼싸움에 더 재미와 관심을 보였다.

인수는 그런 동생이 염려되어 틈틈이 글을 가르쳐 주려고 했으나 그는 늘 정색을 하고는 나무칼을 들고 아이들과 칼싸움을 하러 나갔다.

혈기 황성한 그는 동네 아이들과 활쏘기를 하며 연달아 사고를 치기도 했다. 하루가 멀다하고 무수에게 맞은 아이들은 부모가 찾아와 하소연했다.

그럴 때 마다 형 인수는 동생 대신 용서를 빌어 그들을 돌려 보냈다. 그럼에도 그의 아버지는 자신을 닮지 않은 막내 아들을 보며 흡족해 했다. 사내대장부의 기개를 가지고 있으니 틀림없이 나라를 위해 큰 일을 해낼 것이라고 확신했기 때문이다.

무수는 그때부터 벌써 우두머리의 기질을 보였다. 동네 아이들을 불러모아 자기는 대장 흉내를 내고 아이들에게는 화살을 주어 오도록 했다.

그의 말을 듣지 않거나 화살을 잘 주어오지 않는 아이들은 돌을 쌓아 만든 감옥에 가두기도 했다.

이 때문에 아이들은 그를 두려워하면서도 따르는 편이었다.

그런 그에게 감히 대들고 나서기는 쉽지 않았다.

어떤 아이는 밥을 먹다가도 그가 휘파람 부는 소리를 들으면 밥 먹던 숟가락을 놓고 그에게 달려가곤 했다.

사람들은 그가 큰 인물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다음호에 이어짐>

▶저자: 이정선(열린시대사 대표/010-7427-0007)

-. 경상남도 하동군 양보면 출생

-. 부산여대 문예창작학과 졸업

-. 월간 스포츠 인물계 취재부 기자

-. ‘열린시대’.‘사람을 만나고 싶다’발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