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갑룡/하동향교 장의(掌議)

7월의 어느 날, C 중학교에서 ‘어떻게 살 것인가?’라는 주제로 충효교실 강의가 있었다. 요즈음 아이들 사이에서 유행하는, 그룹 뉴진스의 ‘슈퍼내추럴(Supernatural)’로 시작했다. 향교에서 나온 할아버지 강사는 공자왈 맹자왈 할 줄 알았는데, 뜻밖의 음악에 놀라는 눈치였다. 이어, 학생들에게 ‘멤버 중 누구를 좋아하는지?’를 물었다. 어느 학생이 ‘민지’를 좋아한다고 했다. 왜냐고 물었더니 예쁘기 때문이라고 한다. 필자는 ‘다니엘’을 좋아하는데, 그 이유는 ‘디즈니 영화 <개구리와 공주>의 티아나 공주처럼 자기가 좋아하고 즐기는 일로 누군가에게 행복을 주고 싶다’는 다니엘의 꿈 때문이라고 했다. 강의의 핵심은 ‘아는 사람은 좋아하는 사람만 못하고, 좋아하는 사람은 즐기는 사람만 못하다.’라는 논어(論語) 옹야편(雍也篇)의 ‘지지자불여호지자, 호지자불여낙지자(知之者不如好之者, 好之者不如樂之者)’였다. 그리하여 잘 사는 길은, 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 하고 싶은 것, 좋은 것이 아니라 좋아하는 것을 즐기면서, ‘내가 가지고 있는 아이디어로 세상에 어떻게 도움을 줄까’를 고민하는 것이라 하였다. 이른바, ‘기업가 정신(起業家精神, entrepreneurship)이다. 사업가로서 기업가(企業家)가 아니고, 세상에 유익한 가치 즉, 업(業)을 만드는 기업가(起業家)이다. 이는 선비정신의 핵심인 ‘존중과 배려’, 유학의 근본사상인 수기치인(修己治人)과 맥(脈)을 같이하고 있다.

그동안 하동향교는 매년 중·고등학생을 대상으로 학교 방문을 통한 충효교실을 열고 있다. 중학교 9개교와 고등학교 5개교 1·2·3학년을 대상으로 연 2회에 걸쳐 실시하고 있는데, 고등학교 교장 출신 교육 담당 장의(掌議) 세 사람이 맡고 있다. 고전과 전통문화에 대한 이해를 통한 인문학적 소양 함양과 건전한 인성 형성, 유학사상(儒學思想)과 선비정신에 대한 현대적 해석과 ‘기업가 정신’ 함양, 청소년들의 전환기 중요성을 인식시키기 위한 진로지도 등 3가지가 충효교실의 핵심 내용이다. ‘한 아이를 제대로 키우려면 온 동네가 나서야 한다’는 교육철학의 실천이다.

여기서 한가지 아쉬움이 있다. 학교는 향교에서 선비체험과 인성교육을 받고 싶어하지만 향교의 시설이 열악하여 여태 시행을 하지 못하고 있다. 책걸상도 없는 10여 평의 명륜당에서 유림과 일반인 대상 강의를 진행하고 있는데, 콩나물 교실도 이런 데가 없다. 향교 내에 60여 평의 땅은 마련되어 있지만 강의와 세미나를 위한 공간 마련은 예산 때문에 엄두를 못내고 있다.

아무튼, 전임 정한효 전교님과 지금의 박명환 전교님은 하동향교의 가치 재발견과 유학정신의 현대적 가치 재창조를 통하여 삶의 지혜를 전하는 배움의 공간으로 거듭나고자 부단히 노력해 왔다. 국가유산청의 지원(공모)으로 이루어지는 ‘진사·생원반 인문학 강의’, 하동군 지원의 ‘전통문화 계승 선비학당 강의, 충효교실, 전국 한시(漢詩)백일장, 한시교실과 한문교실은 물론 제례(祭禮)와 기로연(耆老宴) 행사, 문묘(문화재) 관리’ 등 지자체의 지원에 힘입어 지역사회를 위한 ‘사회교화’와 ‘교육기능’을 수행하여 왔다. 특히 올해로 57회를 맞이하는 전국 한시백일장의 경우 매년 100여명의 전국 유림과 한시 애호가들이 참가하였으며, 지금까지 6,000여명이 하동을 다녀갔다.

향교(鄕校)는 고려시대와 조선시대에 있었던 국립 지방 중등교육기관으로서, 대학인 성균관과 더불어 우리나라 교육의 중추를 맡아온 곳으로, 현재 하동향교는 전교(典校) 1명, 부전교 1명, 수석장의 6명, 감사 2명, 장의 61명이 교임(校任)을 맡아 활동하고 있으며 소속된 유림은 900여 명으로, 무분별한 자유주의, 혼돈, 갈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세상에서 ‘어른 역할’을 하는 것, 이게 향교의 시대적 사명임을 명심하고 있다.

2022년 6월 9일에는 향교의 운영 및 활성화 지원에 관한 사항을 규정하는, <하동군 향교 지원 및 육성에 관한 조례>가 제정·공포 되었다. 지자체의 보다 적극적인 참여 의지를 보여준다. 고무적이다.

이제 인공지능은 18세기 계몽주의 시대 이후 경험하지 못한 규모의 윤리적·과학적인 도전으로 다가온다. 이러한 상황에 ‘인간다운 인간’과 ‘시대가 요구하는 인재’는 어떤 것이지 질문을 던져야 한다. 하여, ‘내가 가지고 있는 아이디어로 세상에 어떻게 도움을 줄까?’ 챗지피티(ChatGPT)와 함께하는 오늘, 하동향교가 스스로에게 던지는 질문이다.